오늘날 대한민국은 사람들이 자유를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는 사회 환경이 마련된 상태다. 아니, 오히려 자유를 넘어선 방종의 폐해까지도 성토하며 비판해야 할 형편이다. 이렇게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자유는 민주주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란 물론 사전적 정의 그대로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를 뜻하지만, 국민이 그러한 권력을 제약 없이 마음껏 행사하려면 자유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민주주의는 자유와 서로 필요충분조건의 관계에 있다고 하겠다. 『이 사람을 보라』는 우리가 오늘날 누리고 있는 자유 민주주의를 쟁취하고자 민주화 운동에 일생을 바쳐 헌신한 20명의 인물들의 발자취를 평전 형식으로 풀어낸다. 우리는 그들이 쟁취한 민주주의라는 결실을 향유하는 후예이자 수혜자다. 그러니 우리는 그 달콤함에만 안주하여 나태하기보다 우리 선배들이 이 불모의 땅에 민주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어떤 태도로 매진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민주주의의 뿌리를 더욱 견고하게 정착시킬 의무가 있는데, 『이 사람을 보라』는 우리가 그런 작업을 하는 데 소중한 자료를 제공한다. 『이 사람을 보라』는 제목부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짐작컨대, 이 제목은 성경에서 빌라도가 예수님을 처형하기 직전에 가시관을 쓴 예수님을 군중들에게 보이며 “이 사람을 보라”고 했던 그리스어 본문(:Ide( o` a;nqrwpoj)을 라틴어 어구로 바꾼 ‘에케 호모’(Ecce Homo: Behold the man)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세상의 부조리와 편견에 맞서 이 땅에 사랑과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최초의 순교자가된 예수님처럼,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도 이 땅에 민주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죽기를 불사하는 각오로 험난한 가시밭을 걸으며 매진했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래서인지 『이 사람을 보라』에 소개된 많은 인물은 어찌 보면 나와 같은 일반인들에게 대단히 생소하게 다가온다. 그만큼 그들이 걸어왔던 길은 우리 같은 평범한 소시민이 통상적으로 걷는 길과 사뭇 다른 까닭이요, 그들이 살았던 시대는 오늘날 우리가 사는 민주주의가 정착된 평화의 시대와 사뭇 다른 까닭이리라. 아니, 그보다 우리가 민주화 운동의 결실은 누리면서도 정작 민주화 운동에 앞장선 선배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투쟁했던 현장에 대한 감각이 전무하기 때문일 것이다. 참으로 그들은 일반인들이 가기를 꺼리는 길, 곧 유명한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가 말하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untrodden way)을 주저 없이 뚜벅뚜벅 소신껏 걸어갔다. 그들이 자기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고 일관되게 민주주의를 위한 헌신으로 발걸음을 내디뎌서 만들어 놓은 그 길을, 우리는 참으로 수월하게 뒤따르고 있다. 이미 길이 나있기에, 우리는 그 길로 가는 데 아무런 주저함도 없고 두려움도 없다. 그 길이 참으로 분명한 길임을 확신하며 의심 없이 따라간다. 하지만 그 길에는 분명 끝이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닦은 길도 언젠가 그리고 어디선가 끝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 막바지에서 아무도 가지 않은 길과 다시 한 번 맞닥뜨리게 된다.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다시 그 자리에 서서 멈칫거리며 우리를 안내할 또 다른 그들을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용기가 꺾여서 어깨를 늘어뜨리고 뒤돌아 걸을 것인가? 아니,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우리에게는 이미 우리를 앞서간 선배들이 남긴 유산과 교훈과 가르침이 있다. 그들이 그들의 시대에 그렇게 했듯이, 우리도 우리 시대에 똑같은 소신과 신념을 갖고 그들과 같이 행동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의 선배들과 앞으로 우리 뒤를 이을 후예들에게 대단히 큰 과오를 범하는 동시에, 역사에서 대단히 무책임한 세대라는 준엄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이 사람을 보라』는 이처럼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확립되어 고정된 무엇이 아니라, 우리가 부단하게 성취해야 할 무엇이라는 사실을 우리보다 앞선 민주화 운동의 선배들의 행적으로 묵묵히 증언한다. 『이 사람을 보라』는 민주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가 변질되고 편향화된 이 시점에 꼭 참고해야할 작품이다.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삶이 곧 역사가 된 사람들’, 이들의 삶은 왜 역사가 되었나?
암흑의 시대를 빛내며, 희생과 헌신으로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이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엄혹하고 어두웠던 군사독재시대를 돌아보며, 그 암흑시대에 빛을 비추어 민주화 시대를 연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 이 사람을 보라 1 (초판 2012년 발행, 개정판 2016년 발행)의 두 번째 책이다. 이 사람을 보라 2 에는 1권에 수록된 29명에 이어 이 땅의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 20명과,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중심에 있었고 지금도 여전히 시대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힘없는 이들 옆에서 고난의 길을 함께 걷고 있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이야기를 담았다.
군사독재 암흑시대의 악(惡)과 싸워 민주주의 시대를 여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죽고, 모진 고문을 당했다. 그 끝 모를 어둠 속에서 등불을 밝혀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이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고난을 당하고 또 헤쳐 나갔는가? 어둠이 어둠을 몰아낼 수는 없다. 빛만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다. 이 책은 어둠에 빛을 비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대의(大義)를 위해 자신을 바친 사람들을 통해 지난 역사를 돌아본 이야기이다. 이 책은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며, 진정 가치 있는 삶은 어떤 것인지를 깨우쳐준다.
서문
1. 그가 거기 있었네-장일순
2. 무등(無等)의 대인-홍남순
3.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김영삼
4. 광주의 전설-윤한봉
5. 아직 끝나지 않은 죽음-최종길
6. 산 자여 말하라-최종선
7. 잊혀진 거목-천관우
8. 우리 시대의 의협(義俠)-박윤배
9. 원주선언을 아시나요--신현봉
10. 썩은 밀알이 되게 하소서-최기식
11. 시인에서 전사로-김남주
12. 인간해방을 위한 긴 여정-장기표
13. 누가 민주화 유공자인가-전병용
14. 민중불교의 전법사-여익구
15. 가장 온순한 인간에서 가장 열렬한 투사로-김도연
16. 맑은 영혼-홍성엽
17. 불꽃 그리고 풀꽃의 시인-조태일
18. 진실의 힘-강용주
19. 민주화운동의 보이지 않는 손-강은기
20. 민족과 문명의 대사상가-정수일
부록: 암흑 속의 횃불-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한국 현대사 연표(1960~87) /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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