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가벼운 책. 손바닥에 들어오는 책. 큰 기대 없이 읽었지만 책장을 덮을 때는눈시울이 더워져 코를 훌쩍거렸다. 행성 간 결혼을 하려는 젊은이들이 주인공이다. 나의 신부에게, 나의 신랑에게 우주여행 중에 부치는 편지글... 두 사람은 벌써 하객들에게 선물도 다 나줘주었고 예식장이며 신혼집이며 마련해두었는데. 우주여행에서 일어나는 사고들 때문에 오랜 시간을 떨어져 있게 된다. 그 사람을 보는 것이 늦어진다고요? 3년이요? 안 되겠어요. 저쪽 여객선으로 갈아탈게요. 지구에 도착하는 때가 11년 후라고요? 말도 안 돼요. 그 사람이 절 어떻게 기다리겠어요? 다른 배로 옮길게요. 새신랑은 우여곡절 끝에 지구에 도착하지만 우리가 사랑한 별은 파괴된 지 오래. 혹여나 사랑하는 이가 올까 하는 생각에 홀로 목성 궤도권을 맴돌며 항구를 살핀다. 당신이 이 위험한 곳에 오면 어떡하지? 그러니까, 내가 기다리고 있어.SF 장르에서 마주치는 여러 장면들이 스쳐가지만 그 잔상이 오래 남지는 않는다. 광속여행, 행성 간 여행이 가능한 근미래에 원전 사고로 인해 많은 이가 떠난 별에서, 소식도 닿지 않는 이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 기약할 수 없는 만남을 준비하는 신랑의 목소리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신부의 목소리도 궁금했다. 언젠가 나무 가지가지마다 묶은 노란 손수건을 보고 울었다는 남자의 이야기처럼, 약속한 장소를 가득 채운- 사랑하는 이가 남긴 메시지를 보았을 때 나도 함께 눈물지었다. 폐허가 된 지구를 맴돌며 살아가는 남자가 잊었던 것을 기억해낸 순간 사랑이 만개한다. 두 사람이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기적과 함께.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제목이 잘 어울리는 사랑이야기였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나의 결혼을 축하하는, 프로포즈를 위한 소설을 써준다는 건 얼마나 큰 기쁨일까? 신부가 부럽다. 성덕이다.
단 두 사람만을 위해 쓰여졌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는 진화신화 7인의 집행관 의 작가 김보영이 프러포즈용이라는 팬의 청탁을 계기로 쓴 중편 소설이다. 이전부터 뚜렷한 질문과 묵묵한 탐구가 깔린 견고한 이야기로 인정받아온 작가는 이번 책에서 만나지 못하는 두 사람을 통해 한 사람의 생애를 훌쩍 뛰어넘는 긴 시간과 기다림에 초점을 맞춘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첫 번째 편지 9
두 번째 편지 14
세 번째 편지 19
네 번째 편지 23
다섯 번째 편지 29
여섯 번째 편지 34
일곱 번째 편지 43
여덟 번째 편지 49
아홉 번째 편지 52
열 번째 편지 60
열한 번째 편지 67
열두 번째 편지 69
열세 번째 편지 73
열네 번째 편지 79
열다섯 번째 편지 84
이야기 밖의 이야기
작가의 말 98
독자의 말(남자편) 102
독자의 말(여자편)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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